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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건강

트라우마의 회복, 왜 망각이 아닌 감정 관리에 달려 있을까

by 에코패스 2025.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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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으면 편해진다”는 말, 트라우마 앞에서는 좀처럼 통하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났는데도 어떤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고, 문득 떠오르는 장면에 마음이 무너지기도 하죠. ‘왜 나는 그 일을 아직도 떠올릴까?’, ‘왜 이 감정은 여전히 나를 괴롭힐까?’ 이런 질문은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것입니다.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에게 중요한 건 단지 ‘기억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그 기억을 떠올릴 때 따라오는 감정을 다루는 능력입니다. 실제로 심리학과 뇌과학은 트라우마 회복의 핵심이 ‘감정의 재처리’에 있다고 말합니다.

트라우마의 회복, 왜 망각이 아닌 감정 관리에 달려 있을까?


이 글에서는 왜 ‘망각’이 아닌 ‘감정 관리’가 트라우마 회복의 열쇠인지, 그리고 그 감정을 어떻게 다시 써야 하는지에 대해 살펴봅니다. 상처를 잊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어떻게 삶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지 함께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망각이 회복을 보장하지 못하는 이유

뇌는 중요한 감정을 지우지 않는다

‘트라우마’는 뇌가 생존과 관련된 위협이라고 판단한 기억입니다. 이때 활성화되는 ‘편도체’는 감정 반응을 저장하고, ‘해마’는 사건의 맥락을 기억합니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도 감정이 정리되지 않으면, 뇌는 여전히 그것을 위협으로 간주하고 재경고 신호를 보냅니다. 즉 트라우마는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감정이 각인된 사건이며, 뇌는 이런 사건을 쉽게 버리지 않습니다. 망각은 회피일 수는 있어도, 회복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억제된 감정은 다른 방식으로 튀어나온다

기억을 지우려는 시도는 종종 감정을 억누르는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억제된 감정은 신체 증상, 꿈, 대인관계 갈등 등 비의식적인 형태로 반복적으로 재현될 수 있습니다. 이는 오히려 회복보다 심리적 고립을 심화시킵니다.

트라우마 회복의 핵심은 감정 재구성

감정을 재처리한다는 것

‘감정의 재처리’는 과거 사건을 떠올렸을 때의 정서 반응을 다르게 경험하도록 만드는 과정입니다. 사건 자체를 바꾸지는 못하지만, 그 사건에 대한 ‘해석’, ‘거리두기’, ‘표현 방식’을 바꾸는 것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뇌는 ‘이제는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학습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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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관리 능력이 뇌 회로를 바꾼다

감정을 다르게 느끼고 표현하는 것은 뇌의 신경회로 자체에 영향을 줍니다. 특히 전전두엽은 감정을 조절하고, 편도체의 과잉 반응을 줄이는 데 관여합니다. 반복된 감정 재처리는 트라우마를 덜 위협적으로 느끼게 만들고, 점차 일상의 균형을 회복할 수 있게 돕습니다.

감정을 어떻게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1. 감정 언어화 훈련

감정을 억누르지 말고, 정확한 말로 표현해 보세요. ‘무섭다’, ‘서럽다’, ‘배신당한 느낌이다’처럼 명확한 언어는 감정을 분리하고 조절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2. 안전한 회상 환경 만들기

과거를 떠올릴 때 혼자보다는 믿을 수 있는 관계나 전문가와 함께 접근해 보세요. 뇌는 ‘누가 함께 있느냐’에 따라 위협 반응을 조절합니다.

3. 감정을 다룬 경험으로 전환

그 사건이 지금의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되짚어보는 과정은 자기 해석을 바꾸는 힘이 됩니다. ‘그 일로 내가 뭘 배우게 되었는가’는 새로운 ‘자기 서사’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마무리

트라우마는 잊히지 않는 기억이 아니라, 여전히 다뤄지지 않은 감정입니다. 진짜 회복은 기억을 지우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 기억을 다시 떠올렸을 때 ‘감정이 다르게 흐르도록’ 바꾸는 데서 시작됩니다.

과거의 장면은 바꿀 수 없지만, 그 장면을 바라보는 내 마음의 위치는 바꿀 수 있습니다. 감정은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재구성의 가능성을 가진 자원입니다. 이제 그 감정을 억누르기보다, 천천히 다시 써 내려가 보는 건 어떨까요?

관련 FAQ

왜 트라우마는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나요?
감정이 처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뇌는 여전히 그 사건을 위협으로 인식하고 반응합니다.

기억을 지우면 회복되지 않나요?
기억을 억누르면 감정이 다른 방식으로 반복되기 때문에, 진짜 회복이 어렵습니다.

감정의 재처리란 정확히 어떤 걸 말하죠?
과거 사건을 떠올릴 때 느끼는 감정을 다르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과정입니다.

왜 감정을 표현하는 게 중요한가요?
감정을 말로 표현하면 뇌가 그것을 구분하고 조절하기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혼자서 감정을 다루는 게 어렵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믿을 수 있는 사람이나 전문가와 함께 회상하고 다루는 것이 훨씬 안전합니다.

감정을 다뤘다고 과거가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맞습니다. 하지만 아픔이 더 이상 삶을 지배하지 않게 된다는 점에서 ‘회복’입니다.

감정을 표현하면 오히려 더 힘들어지지 않나요?
초기엔 그럴 수 있지만, 반복된 표현은 감정의 강도를 줄이고 거리두기에 도움이 됩니다.

어떤 방식으로 감정을 다시 써야 할까요?
자신이 얻은 교훈, 지금의 관점, 회복된 상태에서 바라본 의미를 중심으로 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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