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언제 써야 할까? 우리는 왜 글을 쓰면서 살아가는 걸까? 가끔은 이런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분명히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글로 쓰고 나면 오히려 상처 같고 불안해 보이게 돼서요. ‘괜찮다’는 말이 글 속에서는 전혀 괜찮지 않아 보이는 이유, 어디에 있을까요?

우리는 왜 마음을 글로 풀어야 직성이 풀리는 걸까요? 말로도 충분할 것 같은 생각을 굳이 글로 적어두고, 다시 읽으며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글쓰기는 감정을 조절하는 도구일까요, 아니면 감정을 왜곡하는 또 다른 통로일까요?
이 글에서는 ‘글을 쓴다는 것’이 어떤 작용을 하고, 글을 쓰기에 가장 적절한 시점은 언제인지에 대해 조심스럽게 나누어보려 합니다. 글을 쓸까 말까 고민하고 있다면 그 기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될 거예요.
글을 쓰면 마음이 왜곡되는 이유
‘감정의 선명함’은 글 속에서 오히려 단순해집니다. 우리 마음은 겹겹이 쌓여 있는 반면, 글은 직선적인 언어 구조로 풀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실제로는 미묘한 감정이 글 안에서는 단정적인 감정처럼 읽히는 경우가 생깁니다. 예를 들어 ‘괜찮다’는 말은 때론 ‘조금 불편하지만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글로 표현된 ‘괜찮다’는 표현은 무덤덤하거나 방어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죠. 이는 언어가 감정의 그러데이션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글은 감정을 표현하지만, 동시에 그 감정을 ‘편집’합니다. 그 결과, 마음속 풍경은 본래와 다른 모습으로 남게 됩니다. 때로는 더 선명하게, 때로는 왜곡되게요.
글은 ‘그때의 나’를 보여주는 정지 화면
변화하는 마음과 고정된 글 사이의 간극
글은 마음을 담는 용기이지만, 그 속에 담긴 건 언제나 ‘그때의 나’입니다. 사람의 감정은 흐르기 마련인데, 글은 그것을 붙잡아 고정시켜 버립니다. 시간이 지나 그 글을 다시 보면 낯설거나, 심지어 거짓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어떤 글은 시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유효하지만, 어떤 글은 당시의 감정이 과잉되게 담겨 있어 지금의 나와는 어울리지 않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글을 쓴다는 건 ‘변할 수 있는 나’를 잠시 멈추어 세우는 일입니다. 그 멈춤이 때로는 위로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오해를 낳기도 합니다.
글을 써야 하는 순간은 감정의 바깥으로 나왔을 때
감정이 너무 뜨거울 때는 글이 아니라 기록이 됩니다. 그 기록은 진심이지만, 종종 오롯이 나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적히기 때문에 타인에게는 불친절하게 읽히곤 합니다.
가장 적절한 글쓰기의 시점은 감정이 조금 가라앉고, 그 감정을 바깥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을 때입니다. 그때 쓰는 글은 감정을 지나치게 포장하지도 않고, 너무 날것으로 던지지도 않기 때문에 자기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부드럽게 닿을 수 있습니다. 글쓰기의 적정 온도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미지근한 마음’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왜 글을 쓰며 살아가는 걸까
글은 ‘마음의 지도’를 그리는 방식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며 수없이 많은 감정을 겪고, 그 감정을 이해하려고 애씁니다. 글은 그 과정을 시각화하는 도구입니다. 써보지 않으면 몰랐던 감정, 막연했던 생각이 글을 통해 구체화되게 마련이죠.
때로는 단 한 문장이 긴 시간의 마음을 정리해 주기도 합니다. 글은 나를 들여다보게 하면서도, 동시에 타인에게 다가가는 통로가 되어줍니다. 글쓰기는 결국 ‘관계 맺기’의 다른 이름입니다. 나와의 관계, 타인과의 관계, 세상과의 관계를 정리하고자 하는 마음이, 글쓰기를 계속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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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글을 쓴다는 건 어쩌면 괜찮지 않은 마음을 괜찮게 만들려는 애씀일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괜찮은 마음조차 글 속에서 불안해 보이기도 하고, 글로 표현한 마음이 오히려 나를 낯설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씁니다. 글을 통해 스스로를 확인하고, 지나간 감정과 지금의 나 사이를 이어보기 위해서입니다. 글은 완벽한 진실을 담지는 못하지만, 진실에 가까이 가는 연습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내 마음이 흐르고 있다면, 굳이 멋진 글이 아니어도 좋으니 한 줄 써보는 건 어떨까요? 그 한 줄이 나를 향해 말을 걸어오는 시작이 될 수 있으니까요.
관련 FAQ
글을 쓸수록 감정이 더 불안해져요. 왜 그런 걸까요?
글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감정이 더 선명하게 느껴져 일시적으로 감정 피로가 심해질 수 있습니다. 잠시 쉬었다가, 감정이 가라앉을 때 다시 마주해보세요.
감정이 복잡할 땐 글을 쓰지 말아야 하나요?
복잡한 감정은 잠시 메모로 기록해두고, 시간이 지난 후 정제해서 글로 옮기는 것이 좋습니다. 감정과 글 사이의 적당한 거리감이 필요합니다.
내가 쓴 글이 부끄러울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 글은 ‘그때의 나’가 최선을 다한 결과입니다. 시간이 지난 후에 수정하거나, 그대로 두고 현재의 나와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글을 쓰면 감정이 왜곡된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글은 선형적인 구조를 가지기 때문에, 감정의 입체성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그 결과, 감정이 지나치게 단순화되거나 과장되기도 합니다.
글을 쓰는 목적이 뭔지 모르겠어요.
글은 목적보다도 ‘과정’입니다. 쓰는 동안 나를 관찰하고, 마음을 정리하고,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자주 글을 쓰다 보면 감정이 무뎌질 수도 있나요?
오히려 감정의 결을 더 섬세하게 느끼게 됩니다. 단, 너무 자주 감정을 분석적으로 대할 경우, 느끼기보다 해석하려는 습관이 생길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글쓰기에도 적절한 시점이 있을까요?
감정이 조금 정돈되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때가 가장 적절한 시점입니다. 지나치게 격렬하거나, 무감각한 순간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쓸수록 슬퍼지는 글도 계속 써야 할까요?
그 슬픔이 나를 마비시키는 게 아니라 이해로 이끌고 있다면 써도 괜찮습니다. 다만, 감정 소모가 크다면 잠시 멈추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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