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서도, 우리는 왜 상대를 잘 안다고 자처할까

‘쟤는 원래 그래.’ ‘저 사람은 틀림없이 그럴 거야.’
우리는 얼마나 자주 상대를 ‘안다’고 생각하며 말하고 있을까요? 사실 우리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여전히 배우는 중입니다. 하지만 자신조차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타인의 마음과 행동을 너무 쉽게 단정해 버리곤 합니다.

왜 우리는 ‘나’에 대해선 모호한 상태이면서 ‘상대’에 대해선 확신을 가지려는 걸까요? 그 심리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자기 이해의 부족과 불안이 만들어낸 오해와 편견이 보이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이런 모순을 탐색해 봅니다.

우리는 왜 상대를 잘 안다고 자처할까

스스로를 모르면서 타인을 규정하는 심리

사람은 본능적으로 불확실성을 견디기 어려워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알 수 없는 감정, 설명되지 않는 행동 등의 요소들은 우리에게 불안과 스트레스를 줍니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타인을 ‘이해했다’고 단정 지으려 합니다. 그래야 마음이 조금이나마 안정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그 사람은 이기적이야”라고 규정하면 더 이상 그 행동을 분석하거나 고민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이해는 노력과 시간을 요구하지만, 규정은 빠르고 편합니다. 그래서 인간은 자주 ‘알고 있다’는 착각을 선택합니다.

그 판단은 과연 정확할까요? 우리가 타인을 안다고 믿는 순간, 그 사람은 그 규정 속에 갇히게 됩니다. 그리고 그 틀은 상대의 변화 가능성까지 막아버립니다.

자기 이해의 한계와 겸손의 부재

스스로를 깊이 이해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감정은 복잡하고, 동기는 모호하며, 기억은 왜곡되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우리는 자신의 실수나 단점을 직면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도 강합니다. 그 결과, 자신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모호함’을 유지하면서, 타인에 대해서는 간편하게 ‘단정’해 버립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겸손’입니다. 인간은 누구도 완전하지 않으며, 누구도 타인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타인을 쉽게 규정하려 드는 이유는 내 방식대로 사는 데 익숙해졌기 때문인데, 이는 겸손을 잃은 태도입니다.

판단보다 궁금함을 선택하는 태도

타인을 쉽게 판단하는 대신, ‘궁금해하기’를 선택해 보세요.
’왜 저런 말을 했을까?‘
’그 상황이라면 나라도 그랬을까?‘

질문은 타인을 바라보는 눈을 바꾸고, 열린 관계를 만들어 줍니다. 특히 관계가 오래될수록 우리는 상대를 잘 안다고 착각하지만, 사람은 언제나 변화 중이고, 저마다 고유한 사연을 품고 있습니다.

관계 속에서 진짜 깊이를 만들어 가는 것은, ‘판단’이 아니라 ‘이해하려는 마음’입니다. 이해는 정답이 아니라 과정이며, 그 과정 속에서 존중과 신뢰가 자라납니다.

‘비워냄’의 미학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마음속에서 ‘내가 아는 너’를 조금씩 비워내는 일입니다. 우리는 오랜 친구, 가족, 연인일수록 상대를 어떤 틀에 넣어두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틀은 관계를 답답하게 만들고, 상호 간의 성장과 자유를 가로막습니다.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나 자신을 돌아봐야 합니다. 내가 왜 그렇게 느끼는지, 무엇이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지 들여다보는 태도가 관계를 더욱 건강하게 만듭니다. 타인에 대한 깊은 이해는, 자기 이해의 깊이에서 시작됩니다.

관련 글 [상대를 이해하는 것이 내 입장의 포기일까]

상대를 이해하는 것이 내 입장의 포기일까

마무리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서도, 우리는 왜 타인을 잘 안다고 자처할까요? 그건 아마도 불안 속에서 확실성을 찾고 싶은 마음,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 부족 때문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관계는 예측이 아니라 ‘열림’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상대를 안다고 단정짓는 대신, 모르고 있음을 인정하고 궁금해하는 태도, 그것이 진정한 이해로 가는 길입니다. 이제부터 어떤 대화에서라도 한 발 물러서 ’혹시 내가 틀릴 수도 있어‘라는 마음을 품어보세요. 관계를 바꿀 수 있는 출발점입니다.

관련 FAQ

사람들은 왜 타인을 쉽게 판단하려 할까요?
불확실한 상황에서 안정감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판단은 이해보다 빠르고 간편한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나 자신도 모르는데 타인을 이해할 수 있나요?
상대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스스로를 성찰하면서 타인을 바라보면 시야가 훨씬 넓어집니다.

’저 사람은 원래 그래’ 같은 말이 왜 위험한가요?
상대를 하나의 이미지에 고정시키기 때문입니다. 이는 그 사람의 변화나 다양한 모습을 보지 못하게 만듭니다.

판단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궁금해하는 태도를 키우세요. 질문을 던지면서 상대를 다시 바라보는 습관이 도움이 됩니다.

왜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쉽게 단정하게 되나요?
익숙함이 착각을 낳기 때문입니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계속 새롭게 알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겸손하게 사람을 바라본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태도인가요?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여지를 늘 열어두고, 상대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쉽게 판단하는 습관을 고치는 방법이 있을까요?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를 먼저 떠올려 보세요. 의도보다 맥락에 주목하는 연습이 중요합니다.

판단을 줄이면 관계가 좋아질까요?
그렇습니다. 상대에게 존중받는 느낌을 줄 수 있고, 감정적인 오해도 줄어들게 됩니다.